내가 본 책. 16
제목 : 트렌드 코리아 2025
출판사 : 미래의창
저자 : 김난도 외
분량 : 399쪽
분야 : 경제경영
발매일 : 2024.09.25
나의 증조부는 마을의 훈장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할아버지(조부는 그저 평범한 농부였다.)에게 글을 배울 무렵 나는 내 이름 석자를 한글과 한자로 함께 배웠다. 집은 유교적 사상과 전통을 중시했다. 그런 영향인지 나는 변화에 발 맞추기 보다는 옛것에 더욱 안정감을 느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치는 것보다 연필로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 나는 트렌드에 뒤쳐져있다.(그냥 젊은 꼰대 아닌가? )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2008년부터 이어져 오는 것으로 알고있다. 무려 16년 째 이어져 오는 유서 깊은 시리즈다. 매년 발매가 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그러나 나는 그 특유의 반골기질 때문인지(참 피곤하게도 산다.) 베스트셀러에 올랐어도 쳐다도 보질 않았다. 그런 내가 내년도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보았다. 트렌드에 뒤쳐지니 내 나이에 비에 10년은 늙어 보인다.(물론 농담이다.) 어찌되었건 세상은 변한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아니겠는가?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생존 본능에 이끌려 홀린듯이 이 책을 샀고, 읽었다.
잠깐 샛길로 새면, 나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시리즈에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 시리즈는 다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이다. 거금을 들여서라도 다 모으려 한다.(왜인지 돈 없던 과거에 더욱 심했다.) 이 시리즈에 손을 못대고 있던 이유도 저 강박이 한 몫 했다. 2008년도에 발매한 책부터 사 모으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겨우 그 욕망을 힘차게 누르고 이 책을 산 것이다!
이 책은 김난도 교수의 주도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구성원들이 함께 연구하고 집필한 책이다. 책날개를 보면 저자의 약력이 간단하게 소개가 되었다. 어라? 대표작에 있어야 할 ‘그 책‘이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 세대에는 모두가 아는 ‘그 책‘. 베스트 셀러였고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제목은 아는 ’그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보이질 않는다. 물론 나도 읽었다. 그것도 매우 감명받아서 읽었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 청년들이 그러하리라 생각든다. 김난도 교수는 이 책으로 TV강연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몇년 뒤 코미디 프로에선 이 책과 저자에 대해 풍자를 넘어 조롱을 했었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하며 일갈을 날린다.
2025년은 을사乙蛇년, 푸른 뱀의 해다. 책은 2025년의 트렌드를 10가지로 꼽는다. 그리고 그 10가지 트렌드의 영어 앞글자들을 따서 ‘SNAKE SENSE’라고 이름을 짓는다. 뱀의 해의 트렌드는 뱀의 감각이다. 멋지다. 책은 오늘 날 처럼 트렌드가 격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환경적응과 자기혁신 두가지가 핵심이라고 한다. 뱀과 같다. 허물을 벗는 자기혁신이 필요하고 민감한 피부로 온도를 감지해 환경적응을 해나가야 한다.
목차를 보았다. 책에서 말해주는 트렌드 10가지 중 아는 트렌드는 ‘기후감수성’ 1가지였다. 역시 그럼 그렇지. 내가 아는 키워드가 많을리가 없지. 안도했다.(그러면 안 될 텐데?) 사실 책의 초반은 2024년의 트렌드를 돌아본다. 지나간 트렌드다. 그러나 이마저도 몇몇의 트렌드는 몰랐다. 공감이 안되는 것들도 있었다. 특히 그 중 지리한 정체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58P)에 나오는 부분이다. 달달한 디저트에 관한 부분인데 전혀 모르겠다. 나도 달달한것을 좋아하지만 코카콜라와 허쉬초콜릿. 그뿐이었다. 나는 내 간식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럼에도 책에서 소개해 주는 디저트들은 나를 당황시켰다. 망고사고, 사고 펄, 탕후루, 크나페, 카이막, 라바삭, 두바이 초콜릿...아는 것이 탕후루와 백종원님이 극찬하며 맛나게 먹던 카이막 뿐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나와 다른 2024년을 살았던건 아닐까?
나의 당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전혀 모르는 내용들이 나왔다. 마치 여태껏 없던 새로운 세계관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세계다! 지방소도시에 있으니 이런 신문물들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아니다. 그냥 관심이 없는 거다.) 나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트렌드는 곧 유행이다. 신념이나 줏대없는 사람들이 휩쓸려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예전부터 남들 다하는 SNS도 하지 않았다. 싸이월드도 얼마못가 삭제했다. 김훈 작가의 멋드러진 말을 빌려 말하자면, 선비가 한낱 새끼손가락을 자모를 치기 위해 자판위에서 움작거리는건 할짓이 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지금도 카카오톡 마저 잘 안한다. 무음이다.(문자메세지로 소통한다.) 흥선대원군의 척사비가 생각이 난다. 그런 조선이 왜 망했던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를 수용하지 않은 것도 그 중 하나이리라.
요즘 나는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려고 노력중이다. 너무 갇힌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좀처럼 흥미가 없던 과학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잡지 정기구독도 했다.(스켑틱이다. 과월호를 모을 생각이다.) 카카오톡도 잘 쓰지 않는 사람이 SNS를 하기 시작했다.(심지어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있다. 팟캐스트도 기획 중이다.) 마찬가지로 이제부터라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읽어 볼 예정이다. 꾸준히 트렌드를 읽다보면 나름의 통찰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안한 미래에 나만의 시선을 가지는 것 만큼 든든한 건 또 없을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교수님과 뛰어난 연구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안개같은 뿌연 미래에 대응하는 힘과 파도 같이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는 생각의 저변을 넓힐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키다’ 또는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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