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책

[책리뷰] 장길산 2 / 황석영 / 창비

김왕수 2024. 11. 27. 07:21

장길산2 표지

내가 본 책.10

 

제목 : 장길산 2

출판사 : 창비

저자 : 황석영

분량 : 332쪽

분야 : 대하소설

발매일 : 2004.04.28

완독일 : 2024.11.02

날이 훤하여 길산을 체포한 감영 군졸의 무리가 나루에 당도하여보니,

이미 형방 비장이 몸소 나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문장

황석영 작가의 <장길산 2>를 읽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전 세계적으로 영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후와도 같은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것부터,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까지 많은 곳에서 민중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세상을 훔친 도적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어디엔가 크나큰 고난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영웅이 어서 빨리 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초(水草)

1권에 이어 수초(水草) 장에서 이어집니다. 길산은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을 다른 말로 학교라고 부릅니다. 여러 인간상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감옥에는 악독한 범죄자가 들어와 있는 것보다는 생활의 궁핍함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살기위해 저지를 죄 때문에 잡혀온 백성이나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들어온 백성들이 대부분이었나 봅니다. 길산은 이런 감옥 안에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깨달음과 삶에대한 욕망을 느낍니다. 영웅 서사의 고난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냄으로서 영웅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 태어나게 됩니다. 감옥은 길산이 다시 태어나는 곳 입니다.

읽는 동안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생각났습니다.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가 상대방의 체온 그 자체였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길산은 감옥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을 바라보며 각성합니다. 감옥의 춥고 더운 환경은 길산의 생각을 더욱 또렷하게, 날카롭게 벼려줍니다. 생각을 정리하게 해줍니다.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주린자를 보니 더욱 식욕이 돕니다. 길산은 이름을 바꿔가면서까지 살아갑니다. 구차하고 비참하게 느낍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할 목숨이라면 이러한 부조리를 없애며 남은 삶을 살리라 다짐합니다. 길산은 강해지기 위해 지혜를 배우고 지혜롭기 위해 올바른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깨달음에 미치게 됩니다.

길산의 투옥으로인해 재인말의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받습니다. 부모님은 잡혀가고 마을은 초토화 됩니다. 사람들은 마을을 모두 떠납니다. 묘옥도 길산을 찾아 떠납니다. 손돌어른도 떠나는 묘옥을 보며 "모두 떠나는구나" 하며 탄식하고 집에 불을지르고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져 넣으며 이승을 떠납니다. 수초(水草)처럼 뿌리내리지 못한 광대들의 결말도 수초(水草)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묘옥은 길산을 찾아가던 중 길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당패에 끼어 남쪽으로 떠나갑니다. 본격적으로 물풀과도 같은 생활에 몸을 내몬 것입니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길 위로 자기 자신을 띄워 보냈습니다.

 

비승비속(非僧非俗)

비승비속은 스님도 아니고 속가의 사람도 아닌 것을 의미합니다. 고기도 먹고 술도먹고 불법을 따르지도 속가의 법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유를 추구한 것입니다. 얼핏 파계승처럼 보일 수도 있는 모습입니다. 비승비속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모습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참뜻은 외형이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비승비속의 장에서는 풍열스님이 해당이 될 수도 있고, 풍열스님의 말대로 길산이 비승비속에 해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길산이 속인이든 승려든 외형에 상관없이 그 마음이 불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비. 정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번뇌. 길산은 떠나고 싶어 하는데 수행을 위한 길인지, 자신의 욕망을 위한 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람마다 제각기 걸맞는 팔자가 있는 법입니다.

마치며

사람의 팔자란 것이 박할수도 길할수도 있는 것입니다. 길산의 팔자는 길한것일까요 박한 것일까요. 책을 읽는 동안 정태춘 선생님의 '떠나가는 배'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평화의 땅을 찾아 떠나가는배. 그곳의 목적지는 어드메일까요.

주요 등장인물

강선흥 - 장연의 소금장수. 길산을 찾아 떠나던 묘옥을 도와준 천하장사. 황소뿔도 잡아 뽑았다고 한다. 묘옥과 해주까지 동행

고달근 - 안성사람. 사당패 모갑. 해주가는 길에 강선흥과 만남. 채찍을 무기로 사용. 강선흥과 대결을 벌이나 패배

여환스님 - 장길산이 죽은 줄 알고 실의에 빠진 묘옥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위로해 준다. 후에 탈옥한 길산에게 묘옥의 행방을 알려준다.

이학선 - 한양출신 건달. 대감집에서 통인, 판서집에서 겸인 노릇을 해서 어사또 흉내를 그럴싸하게 한다. 금부도사로 위장하여 장길산과 우대용을 탈옥시킨다. 머리회전이 좋고 계략에 능하다.

귀례 - 배대인의 막내딸. 박대근과 혼담이 오간 사이다.

김기 - 한양에서 여러 비리에 밀려 벼슬자리 하나 얻지 못한 선비.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리고 자진하려 하나 이갑송을 만나 마음을 고쳐먹고 녹림당이 된다.

풍열스님 - 구월산 월정사의 괴승이라고 불린다. 월정사의 주지스님. 사당패를 거느리고 있다. 가벼운 동작 하나로 갑송이를 제압할 정도의 실력자. 갑송이를 행자로 들이고 싶어하며 덕이 높은 비구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옥여스님 - 월정하에 있는 승려. 갑송이와 겨룰만큼 무예가 있다. 덩치도 크다고 묘사된다.

"온 세상의 옥을 모두 깨치리라. 아니면 나가지 않느니만 못하다."

길산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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