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책.17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완독하기 일곱번째
제목 : 암흑의 핵심
원제 : Heart of darkness
출판사 : 민음사
저자 :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분량 : 199쪽
분야 : 영국문학
발매일 : 1998.08.05
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의 소설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일곱번째 작품이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내가 뭘 읽고 있는건지 놓칠때가 많다. 책이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대학생때 읽었을때 보다는 내용을 이해하는 거나 맥락을 잘 따라갔다고 생각한다¹. 어찌되었건 이 책은 어렵다. 얇다고 가볍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말로‘라는 소설 속 인물이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주인공이 듣는 방식으로 소설이 전개가 되는데, 사람의 기억이 그러하듯이 중구난방이고 각종 서술어나 비유, 제대로된 지칭 없이 문장이 지나간다. 마치 꿈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논리적으로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이 책의 내용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그런 혼란스러움이 이 책의 어두운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긴 한다.
이 책은 대학생때 처음 읽었다. 아마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 과목이었던 것 같다. 북유럽 신화를 공부하는데 교수님이 영화를 하나 틀어주셨다. 바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¹의 ‘지옥의 묵시록(1979)‘였다. 내 기억으로는 클래식 작곡가인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이 흘러나오는 장면²을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서 책을 두 권 추천해 줬었는데 한 권이 북유럽 신화의 내용이 담긴 ‘니벨룽겐의 노래‘³이고 또 한 권이 바로 오늘 읽은 책 ‘암흑의 핵심‘이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이 책 ‘암흑의 핵심‘을 각색한 영화다. 이 책은 아프리카 콩고를 주 무대로 한다. 콩고 원주민들을 핍박하는 내용들과 벨기에 무역회사의 콩고 주재원인 ‘커츠’의 일탈과 악행이 주된 내용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이 큰 줄기를 차용했다. 배경을 베트남 전쟁으로 옮겨온다. 미군이 배트남인들을 학살하는 내용들을 담았고 미군인 ‘커츠 대령‘이 자신의 욕망으로 일탈과 악행을 저지르며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내용으로 각색했다. 영화는 꽤나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옜날 영화는 보기에 무섭게 길다. 옛날 배트남 전쟁을 영화로 만들면 크게 두갈래라고 한다. 하나는 악의 근원인 베트콩을 물리치는 영웅 미국의 국뽕영화와 베트남전쟁의 참상과 미군의 악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반전영화. 전자는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1982)같은 영화이고 후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재킷(1987) 같은 영화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물론 후자다.
잠깐 샛길로 새면, 암흑의 핵심은 놀랍게도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중 내가 제일 처음으로 산 책이다¹. 이 이전까지 나는 인문학 책이나 철학책, 또는 경제경영 쪽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었다. 어렸던 나는 소설은 필요없는 것으로 치부했고 오로지 성공의 길을 알려주는 실용서적들만을 ‘진정한 책‘으로 취급했었다. 어리석다. 그리고 부끄럽다. 민음사세계문학전집을 시작으로 나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한다. 그런 점에서 ’암흑의 핵심‘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².
작가인 ‘조셉 콘래드‘는 폴란드 사람이다. 민음사에서는 20세기 영국 소설을 개척한 작가라는 평가를 내린다. 1985년에서 1924년까지의 인생을 살았다. 시대를 보면 제국주의 시대에 걸쳐있다. 그 당시 영국이면 지금의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위상을 가진 나라다. 지금은 역사의 부정적인 사건의 원인이 대부분 영국으로 꼽힌다. 내가 어렸을 때에만 해도 영국은 신사의 나라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이미지가 안좋아 졌다. 어쨋든 당시의 영국은 무려 ‘대영제국’, 세계를 주름잡던 대제국이었다. 굉장히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였다. 미국도 영국의 식민지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런 시대상에 제국주의의 민낯을 파헤친 소설이 바로 ‘암흑의 핵심’이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 그 본성의 어둠, 그 어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국주의 사상의 위선을 말한다. 자칭 ‘문명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부르는 ‘야만인’들이 사는 아프리카에 들어가서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는가.
인간 본성의 어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커츠’다. 그는 작품 중후반부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커츠는 문명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사람, 회사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능력있고 훌륭한 사람 등 각종 칭찬과 미사여구가 따라오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말로가 그를 찾아가면 갈수록 커츠의 악행이 드러난다. 유럽출신의 문명인이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¹에서 원주민들을 거느리며 자신의 왕국을 만들고 같은 문명인들까지 죽이려 한다. 상아에 대한 야욕 때문일까 아니면 한 인간으로서 왕처럼 다른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욕망 때문일까. 커츠는 타락했다. 나중에 해설을 보고 알았지만² 인육을 먹는다는 내용도 나온다!
소설은 인간 본성과 문명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해설에는 이 책 내용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이면 그 노력만큼 삶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너무 어렵다.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내가 본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트렌드 코리아 2025 / 김난도 외 / 미래의창 (6) | 2024.12.21 |
---|---|
[책리뷰] 스켑틱 VOL.39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 스켑틱 협회 편집부 / 바다출판사 (10) | 2024.12.14 |
[책리뷰] 장길산 3 / 황석영 / 창비 (2) | 2024.12.08 |
[책리뷰] 타이탄의 도구들 / 팀 페리스 / 토네이도 (9) | 2024.11.27 |
[책리뷰]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 민음사 (10) | 202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