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

[영화리뷰] 하나와 앨리스 / 이와이 슌지

김왕수 2024. 12. 22. 18:07

 

내가 본 영화.18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몰아보기]

 

제목 : 하나와 앨리스

원제 : Hana and Alice, 花とアリス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스즈키 안, 아오이 유우, 카쿠 토모히로 등

상영시간 : 135분

분야 : 로맨스

국가 : 일본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 2004.03.13

 

관람일 : 2024.11.30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화이트이와이 쪽 입니다.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0대 소녀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과 그나이때 소녀들의 성장을 담아냈습니다. 영화는 역시 이와이 슌지 감독만의 색감과 속도를 보여줍니다. 화사한 봄날의 만개한 꽃들, 뿌옇지만 따뜻한 느낌의 색채. 모든 것이 감성적입니다. 거기에 아오이 유우의 깨끗한 이미지가 느낌을 더욱 배가시킵니다.

영화는 전혀 상반된 두 절친한 소녀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상황을 만들어 내는 '아라이 하나', 등떠밀려서 상황에 휩슬리는 '아리스가와 데츠코' 정반대의 소녀들이 한학급 위의 선배인 '미야모토 마사시'를 좋아하면서 생기는 웃기고도 잔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영화의 메인이 하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지막에 앨리스의 발레장면을 보고 아 주인공은 앨리스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아마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하나

먼저 하나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앨리스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짝사랑하는 미야모토 선배의 사진을 몰래 찍고, 미야모토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가 가입한 만담 동아리에도 가입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셔터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진 미야모토에게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귀여운 거짓말을 합니다. 이 거짓말의 여파로 하나와 미야모토는 만남을 가지게 되고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게 됩니다. 하나는 미야모토에게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거짓말을 계속 합니다. 선배가 자신을 좋아했는데 기억상실에 걸려서 자신을 기억 못한다던가 앨리스가 전 여자친구였다던가하는 거짓말을 계속해서 늘어놓으며 자신의 사랑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미야모토가 머리를 부딪히며 넘어지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지는데 미야모토는 하나의 말을 믿고 mri까지 찍습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앨리스

앨리스는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거짓말에 장단을 맞춰줍니다. 또 엄마가 남자친구를 만날때에도 옆집아이인 척을 해줍니다. 그리고 길거리캐스팅을 당하고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서도 왜 그 일을 하는지 자신만의 철학도 없습니다. 왜 오디션을 보는지 조차 모릅니다.

 

그런데 두 소녀의 관계에서 재밌는 점이 하나는 원래 꽃집귀신으로 불릴정도로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이었는데 그런 하나를 밖으로 이끌어 낸 사람이 바로 앨리스라는 점입니다.

 

앨리스는 하나의 부탁으로 미야모토의 전 여자친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그러면서 미야모토는 계속 의문을 품죠. 도대체 왜 앨리스와 헤어졌는지 의문인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보다는 앨리스가 훨씬 이상형에 가까운데, 헤어질 이유가 없는데 왜 헤어진 것인가. 이 장면도 생각하면 할수록 웃깁니다.

 

앨리스는 감성이 넘치는 10대 소녀입니다. 부모님의 이혼때문에 아마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엄마라는 사람은 철이 없습니다. 집안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앨리스는 아빠를 그리워 하는 듯 보이죠. 두 사람이 공원을 거닐면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기차를 타고 헤어지며 '워 아이니'로 인사말을 건네는 장면은 참 마음 아프면서도 공감능력 부족한 아빠로 인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장면입니다.

 

앨리스와 미야모토는 지속적으로 데이트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진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앨리스는 마츠모토와 데이트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나 들리는 장소는 아마 아빠와 갔던 곳, 했던 대화들인 것 같습니다. 앨리스는 데이트 중에 미야모토에게 거짓말을 들키게 됩니다. 미안함도 있지만 후련함이 더 큰듯한 표정입니다. 장난스럽게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아빠와 추억이 담긴듯한 카드를 마츠모토에게서 건네받고 말도안된다며 웃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도 너무 좋습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이 터집니다. 눌려왔던 감정, 표현하지 못한 슬픔을 표현합니다. 이후 앨리스는 다음 오디션 장에서 발레를 제대로 춰도 되냐고 묻고는 종이컵과 테이프로 토슈즈를 만들고 발레를 하게 됩니다. 이제는 꾹꾹 눌러담지 않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는 것입니다.

 

성장

하나는 선배를 따라 만담 공연을 합니다. 앨리스는 오디션 장에서 발레를 춥니다. 함께 같은 길을 같은 방향을 걷던 두 친구가 이제는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는 미야모토 선배를 보내줄려고 하나 미야모토 선배도 비록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을 좋아한 하나에게 제대로 고백합니다.

오디션장에서 춤을 추는 앨리스의 모습은 감탄만 나옵니다. 천천히. 뿌옇게. 따뜻하게 춤을추는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영화는 하나는 거짓으로 만든 사랑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앨리스는 번번히 떨어지던 오디션에서 합격하여 잡지의 표지모델로 발탁됩니다. 두 소녀의 삶에서 한걸은 더 나아가는 모습,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들로서도 흐믓한 미소가 나오게 합니다.

 

현재 <해나와 앨리스>는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랍 속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 둬
언젠가 다시 그 카드를 발견하면
그걸 보면서 나를 떠올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