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14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몰아보기]
제목 : 러브레터(원제 : ラブレター, Love letter)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사카이 미키,카시와바라 타카시 외
상영시간 : 117분
분야 : 드라마,로멘스
국가 : 일본
등급 : 전체 관람가
개봉일 : 1995.03.25
관림일 : 2024.11.02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보았습니다.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아마 한국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몇 안되는 일본영화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몇번을 다시봐도 뭉클한 명작들이 있습니다. 러브레터도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좋은작품이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때 '와 영화 재밌다'가 아니라 '이 감독은 천재인가?'하며 감탄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소재를 가져와서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아련하고 가슴아픔 첫사랑의 기억을 끄집어 내게 합니다. 영화는 눈오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게 또 영화의 영상미를 극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장황하게 펼처진 설원과 설산. 감탄만 나옵니다. 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얼굴이 같은 사람과 이름이 같은 사람 사이에서 얽히는 이야기입니다.
<러브레터>는 1995년 작품입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따뜻한 분위기의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화이트 이와이'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당신의 추억을 나누어 주세요
추도식
영화는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눈밭에 누워 참았던 숨을 거칠게 토해내며 시작합니다.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것이죠. 그리고는 설원을 비척비척 걸어가는 히로코의 뒷모습이 점이될때까지 보여줍니다. 시작할때부터 영상미가 대단합니다. 따뜻하지만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산 위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아마 산속에서 조난당해 죽은 후지이 이츠키(남, 카시와바라 타카시)가 자신의 연인이었던 히로코의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웅하는게 아닐까 생각듭니다. 히로코는 3년이나 지났지만 죽은 이츠키를 잊지못해 그 처럼 눈밭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행동을 해본것같습니다. 그런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이츠키를 사랑했는가 알 수 있죠.
이츠키의 어머니와 추도식에서 만난 히로코는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중학교 시절 '홋카이도의 오타루'에 살았던 것을 알게됩니다. 이츠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가족이 이전에 살았던 집은 헐리고 국도가 되었다고 하죠. 히로코는 한가지 일을 꾸미는데, 그것은 앨범에 써져있던 이츠키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집은 헐었고 도로가 되었으니 당연히 받을 사람이 없죠. 히로코는 아마 그렇게 닿을 수 없는 곳에 편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죽은 이츠키를 나름대로 기억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데가미(편지)
히로코가 보낸 편지는 오타루에 살고있는 이츠키(여, 나카야마 미호)에게 배달됩니다. 히로코와 얼굴이 똑닮은, 그러나 이름은 후지이 이츠키와 같은 여자입니다. 이츠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독감에 걸려 누워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는 우편을 받으러 나가는데 배달부가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죠. 그녀에게 독감, 감기는 죽음과 굉장히 가까운 것입니다. 이츠키의 아버지가 감기에결려 폐렴으로 죽게되기 때문입니다. 히로코의 첫 등장이나 이츠키의 첫 등장이나 모두 죽음과 관련지어 보여준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러브레터는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 하기위해 만든 영화이고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후지이가 이츠키에게 쓴 편지는 "후지이 이츠키님 잘 지내셨어요? 전 잘 지내요" 하는 안부의 편지입니다. 죽은 사람에게 보내는 안부. 죽음으로부터 남겨져 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나는 잘 지냅니다, 평안합니다하는 안부로 위안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잘지내냐는 물음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일 수도 있죠. 어찌되었건 이츠키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의문을 가지고 답장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에서 편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편지를 보내는 감성은 그 당시에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엔 문자메세지가 있기 때문에 구태여 연필로 편지를 쓰는 일이 없습니다. 편지라는 단어는 사람을 참 따뜻하게 하는 아련한 느낌이 있습니다. 편지를 받는다는 것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도 설레입니다.
없는 주소로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니까 궁굼해진 히로코와 그를 좋아하는 선배 아키바 시게루(토요카와 에츠시)는 직접 오타루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히로코가 보낸 편지는 이츠키(남)에게 간 것이 아니고 동명이인의 이츠키(여)에게 갔다는 것을 알게 되죠. 모든 것은 히로코의 착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졸업앨범의 주소가 히로코가 생각한 이츠키가 아닌 다른 이츠키의 주소였던 것이죠. 그리고 오타루에서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고 히로코는 그녀가 이츠키라고 직감적으로 느낌니다. 이츠키는 히로코를 만나자마자 고백했다고 했죠. 히로코는 느낌니다. 혹시 나는 저 이츠키를 대신하려고 만난 것이 아닐까 하구요. 이츠키가 자신에게 주었던 사랑에 의심이 조금씩 생기면서 히로코는 이츠키(여)에게 다시한번 편지를 씁니다. 자신의 연인과 있었던 추억을 알려달라면서요. 이즈음 이츠키(여)도 자신과 같은 학급에 동명이인인 이츠키(남)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냅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 가끔 그리워 진다면서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츠키는 이름때문에 얽힌 일이 많았다고 운을 뗍니다. 사춘기 시절에 성별이 다른 남녀가 이름이 같다는 것은 엮이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이죠. 둘은 함께 도서부장으로 지내게 되는데 이때 이츠키(남)은 남들이 읽지않는 책만 골라서 도서대출카드의 첫번째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즐겼습니다. (도서대출카드라니... 아련한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전엔 책을 빌릴때 수기로 이름과 날짜를 적었었는데..) 이 도서대출 카드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츠키(남)는 어려서 그런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츠키(여)를 좋아하는데 표현을 못한것 같죠. 그래서 그가 도서대출카드에 쓴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했던 이츠키(여)의 이름인 것 같습니다.
이츠키(남)는 전학을 갑니다. 그런데 전학을 간다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츠키(여)의 집으로 찾아가 책을 한 권 대신 반납해 달라고 말을 하죠. 그 책이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입니다. 이때 이츠키(여)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고 이츠키는 죽은 잠자리를 보고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할 만큼 감정에 뭔가 서툰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자신이 이츠키(남)에게 갖는 감정이 어떤것인지 잘 모른채로 돌아가는 이츠키를 보고 웃기만 하죠. 상을 다 치루고 학교에 왔는데 이츠키(남)가 전학갔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됩니다. 굉장히 속상해 하죠.
영화의 엔딩장면에 이츠키의 후배들이 이츠키를 찾아와 책을 한권 건네주는데 그 책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죠. 그 책의 도서대출카드를 꺼내보니 '후지이 이츠키' 자신의 이름이 써있고 그 뒷면엔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있었습니다. 이로서 서로가 서로를 좋아했지만 그 감정을 잘 깨닫지 못했고, 추억을 나누어 줌으로써 책의 제목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사랑의 감정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장면입니다.
푸른 산호초
이츠키를 잊지못해 힘들어하는 히로코를 위해 아키바는 이츠키가 죽은 산을 함께 보러갑니다. 외면했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제는 그를 보내주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이츠키와 함께 산을 올랐던 사람의 집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는데 그 사람이 푸른 산호초를 흥얼거립니다. 전에 아키바도 푸른 산호초를 흥얼거렸습니다. 히로코는 그 노래가 뭐길래 흥얼거리는지 궁굼해 하죠. 사실 그 노래는 이츠키가 조난당했을 때 죽기전에 부른 노래로 이츠키의 유언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른 산호초의 가사는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이츠키는 끝내 프로포즈를 후지이에게 못해서 노래로 아쉬움을 대신 한 것 같습니다. 그 뜻을 안 후지이는 이츠키가 죽은 산을 향해 물어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이츠키는 자신이 좋아했던 이츠키와 똑같이 생긴 히로코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히로코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이츠키를 잊고 그녀를 온전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마치며
얘기를 하자면 한도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히로코와 이츠키 두 여인 모두 이루어 지지 못한 사랑이지만 그로 인해 더욱 더 빛나고 아련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ost 'a winter story'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운전하다가 문득문득 생각나면 듣는 음악입니다.
<러브레터>는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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