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

[영화리뷰] 4월 이야기 / 이와이 슌지

김왕수 2024. 12. 18. 18:43

4월 이야기 포스터

내가 본 영화.17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몰아보기]

 

제목 : 4월 이야기

원제 : 四月物語, April Story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마츠 다카코, 타나베 세이이치 외

상영시간 : 67분

분야 : 드라마

국가 : 일본

등급 : 12세 이상 관림가

개봉일 : 1998.03.14

 

관람일 : 2024.11.23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와 함께 화이트 이와이를 대표하는 작품이 됩니다. 러브레터가 따뜻한 겨울 느낌의 영화였다면 4월 이야기는 풋풋한 봄향기가 나는 영화입니다.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과 함께 연출과 편집의 독특합니다. 영화가 이제 시작되려나? 하는 찰나에 끝이납니다. 그런 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봄날의 일본 거리의 모습과 색감은 매우 아름다운 그림처럼 기억속에 남아있습니다.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무수히 쏟아지는 벚꽃잎들이 흩날리는 장면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을 연기한 마츠 다카코 배우의 분위기도 풋내나는 새내기의 느낌을 너무 잘 표현했습니다. 어쩔줄 몰라하는 몸짓과 표정, 대화하는 방식 등 너무나도 설레고 두려움 가득한 새내기의 모습이었습니다.

넓은 들판에서 기타를 치는 선배의 모습이 내 마음 속의 벽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림처럼 남아 있었다.

 

4월

영화의 제목은 '4월 이야기'입니다. 왜 4월 이야기로 지었을까 찾아봤습니다. 일본과 우리의 문화가 약간은 다른데요. 우리나라는 3월에 입학을 하고 새학기가 시작된다면 일본은 4월에 입학을 하고 새학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쌀쌀하고 입김이 나올때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와는 달리 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하고 따사로운 봄 햇살과 봄비가 내릴 즈음에 일본은 한 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은 말그대로 4월에 펼쳐지는 이야기로도 읽힐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고향인 홋카이도를 떠나서 도쿄로 대학을 가게되면서 펼쳐지는 대학생활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 기다렸던 사랑이 이제 막 시작이 되려고 하는 이야기. 이처럼 영화는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구조도 특별한 갈등이나 사건이 없이 잔잔하게 이어나가다가 이제 무슨 일이든 벌어져야 할텐데? 하는 시점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나 이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면 굉장히 훌륭한 선택인것 같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뒷일을 상상할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나도 저런적이 있었지 하며 본인들의 시작에 관한 기억을 더듬어 볼 수도 있습니다.

 

새내기

주인공인 니레노 우즈키는 이제 막 대학 새내기 입니다.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도쿄로 이사갑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 온 가족들이 나와 배웅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겪는 장면들일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의 걱정과 떠나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떠나가는 사람도 아쉽기에 버스의 창문에 손을 짚는 장면으로 아쉬움을 보여줍니다.

우즈키의 고향인 홋카이도와 도쿄는 기후부터가 다릅니다. 같은 시간대이지만 홋카이도는 눈이 쌓여있는 완연한 겨울이고 도쿄는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앞으로 적응해야 할게 많다는 얘기인데 다른 공간과 기후를 보여줌으로써 우즈키가 앞으로 서툴지만 조금씩 생활에 익숙해 져야 할 것을 기후와 장소를 대비해서 나타냅니다.

우즈키가 이사오고 난 뒤 집 거실에 홀로 앉아있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설렘. 이제 혼자다! 독립했다! 첫 자취생의 기대감이 뒷모습으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우즈키는 전형적인 새내기 같습니다. 이사짐을 나를때에도 자기소개를 할때도, 동아리를 결정 지을 때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지 못합니다. 이곳 저곳에 휩슬려 다닙니다. 그게 또 한편으로는 대학 생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도쿄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데 한편의 CF영상 같습니다. 영상으로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90년대의 감성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네비게이션이 없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이제 막 시작인 새내기들은 서툰 인생에서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답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새삼 느끼지만 당시의 일본은 굉장히 세련되었습니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모습의 현재의 우리와 별반 차이가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입니다.

 

짝사랑

영화의 종반부 즈음에 우즈키가 도쿄로 대학을 간 이유가 드러납니다. 고등학교 재학생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선배 야마자키를 따라 대학에 간 것이었습니다. 선배는 도쿄의 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선배를 만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

는 어린감정의 풋풋함이 있습니다. 지켜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집니다. 짝사랑하던 선배가 우즈키를 기억하고 먼저 말을 겁니다. 우즈키는 너무 기뻐하죠. 서점에서 우즈키가 돌아가려고 할 때 폭우가 내립니다. 비를 맞으며 갔다가 우산을 빌리러 다시 돌아오는 마츠 다카코의 모습은 풋풋함과 설렘 그 자체입니다. 우즈키가 빌린 우산을 꼭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은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영화는 이 둘의 만남과 시작을 이렇게 보여주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봄비가 씨앗을 싹 틔우듯이 우즈키와 야마자키 선배 사이의 사랑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영화는 전형적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연출과 색감, 구도가 나옵니다. 너무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의 영화. 풋풋함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현재 <4월 이야기>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 안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른다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