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

[영화리뷰] 에로스:왕가위 감독 특별판 / 왕가위

김왕수 2024. 12. 4. 20:34

에로스 포스터

내가 본 영화.15

[내친김에 왕가위 감독 영화 몰아보기]

 

제목 : 에로스:왕가위 감독 특별판(원제 : Eros)

감독 : 왕가위

출연 : 장첸,공리

상영시간 : 56분

분야 : 드라마

국가 : 홍콩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일 : 2004.

 

관림일 : 2024.11.09

 

왕가위 감독의 <에로스 : 왕가위 감독 특별판>를 보았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다 본줄 알았으나...이 작품과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고있었습니다. "사람인88"님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던 중에 이 영화에 대한 글이 있어서 번뜩 놓친것을 깨닫고 보게되었습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결국 못보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에로스>는 2004년 작품으로 스티븐 소더버그,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입니다. 각각 단편을 만들어서 옵니버스 형식으로 3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죠. 그 중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그녀의 손길" 편을 따로 떼서 특별판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왕가위 감독 팬이라면 굉장히 좋아할만한 일이죠.

 너무 잘 맞춰준다니까. 혹시, 옷 한 벌 해줄 수 있어?

 

재단사

영화는 주인공인 샤오장(장첸)이 누군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대화의 상대방은 아픈 것 같죠. 괜찮냐고 묻는 샤오장에게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하는 여자. 그리고는 우리가 처음 만난날을 기억하냐는 질문과 함께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보여줍니다. 그여자는 후아 아가씨(공리)로 잘나가는 매춘부인 것 같습니다. 첫 만남에 견습생으로 보이고 어리던 사오장을 여자경험이 없냐며 손으로 욕보입니다. 샤오장에겐 상당히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을 잊지 못하는 계기가 됩니다. 샤오장의 직업인 재단사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 손님의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어 주어야 하죠. 후아는 항상 샤오장을 찾고 샤오장에게 옷을 만들라고 지시하죠. 옷을 만들기 위해 치수를 재려면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더듬어야만 합니다. 그 과정이 두 사람에게는 굉장히 야릇한 행동으로 느껴지나 봅니다.

 

영화는 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야한 장면 하나 없이 손짓만 가지고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왕가위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후아가 손으로 잎으로 싼 밥을 쓰다듬는 장면이라던가 샤오장이 후아의 옷을 재단하다가 옷 속으로 손을 넣고 쓰다듬는 장면이라던지, 영화의 많은 장면과 손짓들이 굉장히 야릇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겠죠.

 

쓸쓸함

후아는 영화가 진행 될 수록 돈을 벌지 못합니다. 비참하게 홀로 남겨집니다. 여러 남자를 만나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겠죠. 돈도 떨어지고 인기도 떨어진 그녀는 병까지 얻습니다. 홀로 쓸쓸하게 투병생활을 하며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죠. 후아의 화려한 드레스와 아름다운 집안의 벽지들이 추락한 그녀의 비참함을 더욱 더 배가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중간 즈음에 돈이 떨어진 후아는 유럽으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라졌다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자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샤오장에게 옷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죠. 그러면서 서로 결혼하자는 말을 하고 그러자고 승락을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유야무야 넘어갑니다. 오랜 시간 손님과 재단사로 지내면서 샤오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손길로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었고, 후아는 자신에게 항상 맞춰주는 샤오장의 손길에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결국 이어질 수 없는 쓸쓸함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샤오장은 후아를 잘 배웅하고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게 후아가 죽은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정리하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마치며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답게 씁쓸한 사랑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소품들과 분위기가 아름답습니다. 어두운 분위기, 녹색과 적색이 적절히 섞인듯한 색감,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한 인물만 비취는 장면, 거울을 통해서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 등등이 왕가위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 냅니다. 영화는 굉장히 짧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한번 가볍게 경험해 보고 싶을 때 보면 좋습니다. 역시 왕가위 감독 영화이니 만큼 스토리는 불친절 합니다. 느낌과 영상미로 보는 것이죠.

 

현재 <에로스 : 왕가위 감독 특별판>은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됐어요. 아가씨 치수는 제가 잘알아요. 그냥 손으로 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