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3
[양조위 배우 작품 감상하기 세번째]
제목 : 화양연화(원제 : 花樣年華)
감독 : 왕가위
출연 : 장만옥,양조위
감상일 : 2024.08.15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보았습니다.
양조위 배우의 좋은 작품을 따라가다 보니 왕가위 감독의 영화만 보는 것 같습니다.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의 이전 영화들처럼 보기에 어지러운 느낌은 없습니다만 여전히 내용적으로는 불친절한 영화로 느껴집니다.
아파트 이웃으로 이사온 주모운(양조위)과 진부인(장만옥)의 배우자가 바람이 나고 같은 처지의 둘은 서로를 위로해 주다가 점차 사랑의 감정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을 아름다운 색감과 음악, 시간을 봉인하는 듯한 슬로우로 홀리듯이 보여줍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의 아름다운 조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오게 합니다.
역시 왕가위 감독을 상징하는 색인 것 같습니다. 전작인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에서도 초록색의 조명들로 분위기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의 삽입곡들도 분위기에 너무 잘 맞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색감이나 소품,삽입곡들이 박찬욱 감독 영화의 느낌이 납니다.
양조위 배우의 연기도 두말할 것 없었습니다. 뒷모습만으로 처량하고 쓸쓸함이 묻어 나오게 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빛,슬픔,상실감,불안함 복잡한 상황의 복잡한 감정을 영상으로도 느껴지게 합니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입니다만 벽에 기댄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행복해야 할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의 이상한 낌새를 마주함에 있어서의 오묘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설마 하는 의심과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겹쳐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소품들도 다 의미가 있겟지만 그 중에서도 진부인의 국수와 주모운의 담배는 두사람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있는 장치입니다. 장만옥의 국수는 일제밥솥이 만든 집밥이 아닙니다. 밖에서 사오는 외식입니다. 배부르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이 사라집니다. 주모운의 담배도 마찬가지 입니다. 담배연기는 자욱하게 공간을 채웠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주모운과 진부인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과 형태가 국수,담배와 같습니다. 잠깐 머물다가 금새 사라집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를 통해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은 유리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듯이 주인공인 주모운(양조위)의 기억을 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들을 보면 관객이 주모운과 진부인(장만옥)의 만남을 창밖에서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목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기억은 지나간 일들을 아름답게 미화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남은 주모운과 진부인의 관계가 화양연화 제목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간혹 기억속의 미화된 장면으로 돌아가 보고자 기억속의 장소를 찾아 간다거나, 기억속의 인물을 만나러 갑니다. 영화 후반부의 주모운이 그런것 같습니다. 선물까지 사들고 진부인을 만날 기대감에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가보지만 결국엔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모운이 선택한 것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서 옛날 사람들의 방식대로 비밀을 구멍속에 봉인하는것 입니다. 기억을 봉인했기 때문에, 유리창을 깨고 과거와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의 그 시절은 화양연화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먼지 쌓인 유리창 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기에 그는 여전히 지난 세월을 그리워 한다. 만약 그가 먼지 쌓인 유리창을 깰 수 있다면 지나간 세월의 그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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