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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영화리뷰] 8일 만에 죽은 괴수의 12일 이야기 / 이와이 슌지

by 김왕수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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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블랙 이와이인가 화이트 이와이인가. 경계가 갈수록 무의미해지지만, 암울했던 코로나 시기를 생각하면 블랙 이와이 쪽에 조금은 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는 리뷰할 이야기가 많지는 않다. 분량이 짧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메시지가 너무 명확하다. 영화는 코로나 시기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도쿄의 모습과 그것을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다.
 
영화의 시작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려는 격리안내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정말 긴 격리였고 긴 마스크 착용의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불편한 점이 많았다. 딸아이의 돌잔치를 할 때 코로나가 막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게 기억이 난다. 그 전염병이 몇 년이 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시기의 기억과 사진을 보면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불안하고 눈치 보여 쉽사리 다니지도 못했다. 늘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의 느낌으로 화면을 보여준다. 감독은 어두운 느낌으로 당시의 우울한 느낌을 표현했다. 그리고 영화는 내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격리와 비대면의 시대다. 사람과의 대화는 영상통화가 전부다. 물건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선물은 택배로 보낸다. sns를 하며 유튜브와 브이로그를 즐겨본다. 야외촬영은 드론으로 했다. 텅 빈 도쿄의 거리, 문을 닫은 가게들을 보여줌으로써 코로나 상황의 도쿄를 표현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타쿠미는 코로나로 인해 격리하며 인터넷으로 캡슐괴수를 주문한다. 코로나를 물리쳐주기를 바라며 영웅이 되도록 키워보고자 한다. 캡슐괴수의 알은 굉장히 작은 모습이다. 주인공의 지인이자 괴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감독님과 화상으로 대화를 할 때, 감독은 캡슐괴수는 약하다며 싸워서 이긴 적은 없고 시간을 끄는 게 캡슐괴수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캡슐괴수의 최종 모습을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이긴 하다. 캡슐괴수는 점자 모습을 바꾸고 분열도 하고 합체도 하면서 모습을 바꾸어 나가지만 결국에는 주인공을 지키는 마스크의 모습이 된다. 마스크는 직접적으로 코로나와 싸워서 이기는 백신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늘 바이러스에 진다. 마스크가 있어도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활동하면서 세력을 넓혀나가는 것을 저지하는 역할은 한다. 시간을 끌어주며 전세를 뒤집을 반전을 선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키우는 괴수는 결국 마스크였고 마스크는 그 당시 코로나라는 괴수를 방어할 유일한 수단, 영웅이었다.
 
괴수의 알은 중간에 3개의 개체로 분리된다. 이유는 모른다. 주인공은 각각 ‘아비간’ , ‘렘데시비르’, ‘이버멕틴’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저 이름이 뭔가 전대물에 나오는 괴수의 이름인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코로나 백신으로 사용되었던 의약품들의 이름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노래가 나오면서 이상한? 무용수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총 3명이다. 이 무용수들은 집 안에서 거리로 나가며 춤을 춘다. 그 몸짓이 마치 무엇인가와 싸우는 모습으로 보였다. 주인공의 바람대로 3마리의 괴수는 코로나와 싸우는 것인가. 그 몸짓은 흡사 기원제의 무용 같다. 노래도 마찬가지.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춤사위 같이 느껴졌다.
 
영화에는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없는 배우, 감독, 요리사를 등장시켜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그 당시는 전 세계가 힘든 시기였다. 줄줄이 폐업하고 경제상황이 어려운 디스토피아였다. 어떻게든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 버텼던 것 같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회적이고 상징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와 상황을 보여줌으로 힘내자, 버티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너무 직접적인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런 방식의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글거리고도 한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합심해서 함께 견뎌야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이 가능했던 시기인지라 저런 격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종식된 현재로서는 맞지 않는 영화다. 이와이슌지 감독의 감성이 들어갔다고는 하나 다른 작품에 비하면 그 정도가 너무 약하다. 감상은 평생 한 번이면 족할 것 같다.
 

코로나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전선에서 많은 영웅들이 사투를 벌이고 계십니다.
그런 영웅분들께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도 영웅입니다.
다같이 서로 도와가며 괴수 코로나와 싸워 나갑시다.
코로나를 이기는 날은 반드시 옵니다.
내일을 믿고 함께 최선을 다합시다.
 

 

제목 : 8일 만에 죽은 괴수의 12일 이야기
원제 : The 12 Day Tale Of The Monster That Died In 8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사이토 타쿠미 외
시간 : 87분
분야 : 드라마, 판타지
국가 : 일본
등급 : 전체 관람가
개봉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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